당연함의 크기 - 회원가입 퍼널 개선
유보금
2021-11-09
브랜디 랩스에서는 최근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실험/데이터 기반의 프로덕트 개선을 진행했고 이에 대한 결과를 글로 남깁니다.
문제의 발견
스타트업이 만들어낸 프로덕트가 Product-Market Fit이 맞는 것으로 검증돼, 거래가 어느 정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이후에는 AARRR 퍼널과 같은 구조 정교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하죠.
브랜디에 조인한 후 커머스에서 핵심적인 모듈로 보고 있는 주요 페이지들의 전환율을 점검했을 때, 회원가입은 정말 아찔한 전환율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회원가입을 하려고 했으나 무언가 심기가 불편해져서 이탈한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매일 새로운 고객들이 브랜디를 알게 되는데, 서비스를 써보려는 초입부터 이탈이라니.
무려 앱을 설치까지 해서 이용해 본 고객들에게 우리 프로덕의 첫인상을 저렇게 남길 수는 없었어요.
또 매일 광고비가 녹아내리는 것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린 아직 스타트업인데)
“회원 가입률이 낮다. 업계 제너럴 한 수준보다도 낮고 심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낮다.”
고 현상을 정리한 후, 진짜 문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간편 가입, 정말 간편한가?
‘가입 전환율이 낮다.’는 현상이고, 현상의 진짜 원인을 브랜디 스쿼드 멤버들이 찾기 시작했습니다.
통합된 가입 전환율만으로는 어느 부분에서 이탈이 많은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된 지표를 다면적으로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먼저 가입 수단별로 봤을 때, “애플 계정”이 독보적으로 전환율이 높았고 그 밖의 SNS 계정이나 이메일 계정 가입의 전환율은 비슷했어요. 카카오/네이버/페이스북 등 여러 간편 수단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그것들의 수준이 왜 낮은지 파악이 필요했죠.
차이점은 이거였어요. 애플 로그인은 애플의 심사 정책상 휴대전화 번호 점유 인증받지 않고 pass 시키는데, 나머지 간편 가입에서는 점유 인증을 번호 입력부터 SMS 인증코드 입력까지 정석으로 받고 있었거든요.
이 과정이 귀찮은 유저들은 그 가운데서 이탈하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기본적인 UX일 수 있지만 간편 가입 시에 SNS에서 제공해주는 정보들을 유저가 다시 한번 입력하게 되어 있었고, 이 부분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전체적인 방향성이 정리되었습니다.
입력하기 번거로워 보이는 UI
그리고 만들어진 지 꽤 오래된 이 페이지 역시 복합적인 문제 중의 하나라고 판단했습니다. 페이지 진입하자마자 이탈하는 유저 군이 꽤 되어, 페이지 자체가 가입하기에 복잡하고 어렵다는 초기 인식을 준다고 생각했어요. 먼 과거에는 이런 식의 가입 UX가 흔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UX를 제공하는 곳이 많지 않죠.
어떻게 해결할까
문제가 잘 정의되면 방법 찾는 것은 쉽습니다.
브랜디 스쿼드에서는 문제를 2가지로 정의했고, 이에 대한 해결안도 같이 고민했어요.
문제
- P1. SNS에서 받아오는 정보를 사용자가 가입 화면에서 또다시 입력하게 해 번거로움을 느껴 이탈한다.
- P2. 한 화면에서 입력해야 하는 정보가 많아, 유저가 어렵다고 느껴 이탈한다.
해결
- S1. SNS 가입/로그인 시 제공 동의를 받은 정보를 중복적으로 입력하지 않게 한다.
- S2. one thing, one page UX를 적용해 같은 항목을 입력하더라도 쉽게 인지시킨다.
혹시 모르니 당연하게도 실험
보통 PO/PM의 머릿속에는 프로덕트와 관련한 오만가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비즈니스가 새로운 모멘텀을 갖기 위한 요구사항들도, 내부 구성원들의 업무 수행 방식을 효율화할 수 있는 개선사항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이것을 해야 한다고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누가 봐도 임팩트가 가장 크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샷이어야 모두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의 동선을 가볍게 만들어주면(S1, S2), 전환율은 오른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명제일지라도, 가설이 맞는지, 얼마나 임팩트가 있을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배포와 실험이 비교적 용이한 웹에서 간단한 a/b 테스트를 먼저 해보기로 했습니다.
(친절하신 도현님의 도움으로, 환경이 다르지만)
-
A안. 어디서 진입해도 모든 항목을 새로 입력해야 하는 원안.
-
B안. SNS로부터 휴대전화 번호를 동의받아 가져온 경우, 점유 인증 처리되어 있는 안.
(그 외 조건은 모두 동일하게 유지)
실험 결과는 엄청났습니다.
(A안 : 회색 점선 그래프 / B안 : 푸른색 그래프 )
약 10만 세션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B안의 가입 전환 효율이 원안 대비 최소 31%~ 최대 72% 개선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가볍게 절차 하나를 줄였는데, 이렇게 효율이 좋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 스쿼드에서는 다시금 기본에 충실해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P2와 S2의 경우, 실험 없이 직관에 의해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페이지를 여러 페이지로 쪼개서 디자인/개발해야 하는데, 기존에 꼬여있는 로직들까지 같이 풀면서 개발해 실험하기엔 자원이 너무 적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 중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한, 아쉬운 점 중의 하나입니다.
개발합시다.
한정된 자원으로 프로덕을 꾸려왔기 때문에 어떤 페이지에는 소홀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간 그 페이지를 개선했을 때의 임팩트가 가장 큰 순간, 턴이 올 수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프린트를 진행해야 할 때였습니다.
여러 결의 문제를 병렬 진행하는 조직들도 많지만, 브랜디 스쿼드에서 이번 스프린트에서는 이 문제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가입 뽀개보자!”로 시작했지만, 어려움을 만났다.
SNS 간편 가입금 수단 제공 수 * 프로덕트 수(브랜디, 하이버, 마미 통합 회원)까지 곱하면 담당자 입장에서는 무한의 케이스가 펼쳐지죠. (압도당하는 건 유저가 아니라 나인가) 오래도록 내버려 두었던 페이지라, 설계들이 쪽대본처럼 흩어져 있었고, 문서화되지 않은 로직들도 많았습니다.
UX 적으로 더 나은 안을 디자인 시스템을 활용해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잡아가는 동시에, (따봉)
백조가 물 밑에서 다리를 분주히 움직이는 것처럼, PM과 개발자들은 로직을 하나씩 복원해가며 더 나은 안으로 개선을 고민했습니다. (근성 인예님, 브랜디 위키피디아 성현님 : )
<보이시나요? 근성의 flow chart>
사전에 발견 못 한 케이스와의 싸움
플로우 차트를 최대한 정리했지만, 개발 그리고 QA 과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케이스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있던 이슈이거나, 이번에 새로 발생한 이슈이거나. 로직 문제이거나 UI 문제이거나.
대단히 큰 공사인 만큼 준비, 구현, 검증 기간도 길었고 그만큼 모두가 애쓰고 힘들었음은 틀림없습니다. (앱 개발자님들, QA 엔지니어님들 : )
그래도 하나를 완벽하게 같이 만든다는 마음으로 서로 보완하고 의견을 나누며 빠르게 정리해나갔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입사 이래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팀워크가 만들어져서.
결과는.
이번에 모든 이슈와 엣지 케이스를 커버하지는 못했지만, 길고 긴 고난 끝에 대부분의 이슈를 해결한 상태로 앱 업데이트했습니다.
업데이트 후에 지표가 예상한 것 대비 나오지 않을까 봐 초조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개편에 대한 데이터적인 확신이 없었다면, 모든 이의 고난을 추진한 저로서는 구현 기간 내내 불안했을 겁니다.
하지만 티 내지 않고 새롭게 앱을 받은 유저들이 가입을 해내기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임팩트를 냈음을 확인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아래와 같은데,
- 통합 가입 전환율 : 25% 향상
- 카카오 가입 전환율 : 43% 향상
- 네이버 가입 전환율 : 21.8% 향상
- 회원가입 평균 소요 시간 : 1분 18초 감소
매출로 단순하게 환산하면 연간 00억(비밀ㅎ)의 임팩트를 가진 개편이었습니다.
성과를 함께 축하했고, KSS 회고를 통해 긴 여정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돌아보면 실험과 데이터 기반으로 진행했던, 그 과정에서 협업이 빛났던 스프린트였고
그만큼 좋은 성과를 같이 만들어내서 보람찬 스프린트였습니다.
브랜디의 랩스 조직은 이 개선 건을 framework로 제작하고 하이버, 마미라는 프로덕트에도 동일하게 수혈해, 임팩트를 곱해갈 겁니다. 브랜디의 Apps 전략이 바로 그것이니까요.
그리고 다른 문제들도 찾아내 실험과 데이터 기반으로 협업하며 해결해 낼 겁니다.
<끝> 끝>